우르크. 메디큐브.


-...이 와중에 꼭 이래야 됩니까.
-작전 중엔 조용하시지 말입니다.

아무리 깔아봤자 장난기 그득한 목소리에 대영은 낮게 한숨을 뱉는다. 특전사 중에서도 특A급으로 꼽히는 뒤통수가 이렇게 한심해 보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니 암튼 여러모로 대단한 남자다, 유시진은.

-미인과 노인과 아이는 보호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서상사 눈에 어느 쪽이 미인인데요. 강선생입니까, 윤명줍니까.
-...조용하겠습니다.

윤명주 세 글자면 백이면 백, 여전히 당황하는 눈동자는 놀려 먹기 좋아하는 시진의 주식이다. 시진은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단호한 척 미간을 구겼다.

-누가 예쁘냐고 물었습니다.
-왜 또 이러십니까.
-대답합니다.
-장난 그만하십시요.
-그래 보입니까.
-......설마 진짜 저랑 윤중위를,
-명줍니까?
-......
-...어쩐지. 애초에 바라보는 눈이 짜고 치는 고스톱치곤 너무
-유시진입니다.
-뭐라는 겁니,
-대답한 겁니다. 제 눈에 예쁜 사람.

세상없이 뜬금없는 타이밍에 누가 들을까 무섭게 닭살 돋는 멘트지만, 초조하게 귓불이 붉어진 서대영에게서 들으니 제법 그럴 듯하다. 시진은 피식 웃으며 대영의 코앞까지 바싹 다가갔다.

-압니다. 저도 거울 볼 때마다 너무 이뻐서 깜짝 깜짝 놀랍니다.
-...또 놀리신 겁니까.
-뭘 이렇게 매번 당합니까? 재미있게.
-명주 얘기 이렇게 써먹지 말라고
-어허. 딴 사람 이름 성 떼고 부르지 않습니다.
-중대장님도 그러지 않습니까.
-전 명주랑 계약연애 안 했지 말입니다. 아. 이참에 저도 해볼까요? 명주는 또 하기 좀 그럴 테니까 음... 강선생이랑?
-...강모연 선생 얘기 참 자주 하십니다.
-이쁘잖습니까.
-...그래서. 강선생 보려고 여기 잠복 중이신겁니까.
-네. 전 서대영 질투 할 때가 젤 이쁘거든요.

대영은 그만 작게 웃어 버린다. 국민학교 들어갈 때부터 못 들은 소릴 이렇게 시커먼 남자한테 천연덕스럽게 하는 유시진을 어떻게 이기리.

-웃는 거 보니 본인 예쁜 건 아나 봅니다?
-저도 거울 볼 때마다 미모가 지나쳐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와. 서상사가 이런 농담도 다 하고, 많이 발전했습니다.
-스승이 워낙 훌륭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엄한 데서 과외받지 마십시오. 내 제자는 나만 놀립니다.
-그래서 윤중위 약점 잡겠다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심심해서 이러는 거지.
-뭘 그런 오해를 합니까. 명주한테 연중무휴 놀림 받는 서상사 구하기 대작전 중인 사람 섭섭하게.
-진짜 다음 번에 하시죠. 아까 소포 때문에 강선생하고 윤중위 좀 심각해 보였습니다.
-당해도 쌉니다. 군인하고 사겨주는 민간인 미인 의사 두고 소개팅이 웬말입니까?
-그 민간인 미인 의사랑 선 보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참. 서울에서 선 보고 우르크에서 재회하고. 보통 이러면 운명인데 말입니다.
-...보통 이러면 계급장 떼지 말입니다.
-...작전 중엔 조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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