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성병원
-이 시간에 어떻게 왔어? 근무중 아니야?
-잠깐 들렸습니다.
-너도 참 큰일이다. 내가 이렇게 시시때때로 보고 싶어서 어떡해?
-선배 말고 딴 사람 보러 온 건데요.
크흠. 커피와 함께 민망함을 삼킨 모연이 옆으로 눈을 찢는다.
-그럼 그 사람이나 보러 가지 여긴 왜 있대.
-온 김에 보는 거죠.
-뭐? 온 김?
와그작 구겨지는 종이컵에 명주는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함께 한 시간은 혼자 좋아할 땐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알려줬다. 모연이 어떤 컵에 물을 마시는지, 라면을 먹고 자면 얼마나 얼굴이 붓는지, 개그프로에 깔깔거리며 웃을 땐 또 얼마나 예쁜지, 작은 악세사리만큼 순댓국을 좋아하고 청소는 대충하고 샤워할 땐 지나간 트로트를 흥얼거린다는 것까지. 그리고.
-이제 날 겸사겸사 하시겠다? 하! 잡은 고기다 이거지?
-고기라기엔 지나치게 예쁘죠.
-...어후야. 넌 그런 말을 뭐 이런 데서.
금세 기분이 풀려 어깨를 통 치는 모연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귀엽다는 것도.
-오늘도 늦습니까?
-아예 못 들어가. 너랑 논 거까지 몰려서 당분간은 병원에서 살아야 돼. 으이! 이사장. 내가 돈만 더 벌어봐라. 사표를 다시 확!
그래. 그 새끼.
호텔 얘기 알았을 때부터 넌 죽었어요 벼르고 벼르던 이사장 얘길 3박 4일 듣고 시진에게 자문을 구했었다. 암살과 폭탄 중 어느 게 더 고통스러운지 묻자 진지하게, 휴가 중엔 전화하지 말라고 하는, 암튼 도움이라곤 1도 안 되는 대답을 듣고 명주는 사실 며칠 전에 모연 몰래 병원을 찾았다. 이사장 뒤통수에 돌이라도 던질 작정이었다. 하늘도 찬성인지 처음엔 순조로웠다. 엘레베이터에 동승한 두 남자가 강선생, 응급실, 꽃다발 어쩌고 한 것이다. 너 잘 만났다 걸음을 뗀 명주는 하지만 돌은커녕 한 번 노려봐주지도 못하고 물러서야 했는데, 마침 엘레베이터에 탄 어떤 사람 때문이었다.
-...근데 진짜 나 보러 온 거 아니야?
명주는 대답 대신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끝을 살짝 잡는다. 눈을 맞추며 빙그레 웃는 강모연이, 역시 너무 좋았다.
-들어 가십시오. 이따 밤에 오겠습니다.
-피곤할 텐데 뭐하러.
-족발?
-꼭 와. 반드시. 되게 보고 싶을,
-강쌤! 응급!
구르듯 나온 치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모연은 명주의 손을 꾹 쥐었다 놓고 구급차 쪽으로 달려갔다. 진지하게 환자를 체크하는 모습이 언제 귀여웠냐는 듯 다시 의사다. 명주는 그 모습을 눈에 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악!!
열 걸음도 전에 모연의 비명이 등 뒤로 꽂인다. 명주는 날 듯이 뛰었다.
-왜 그래요 선배, 무스....
입을 막은 채 또 다른 구급차를 향해 있는 시선을 따라가다 명주도 숨을 멈춘다.
피투성이가 된, 시진이었다.
**
삐ㅡㅡㅡ
차가운 기계음이 응급실을 덮는다.
눈물범벅으로 주저 앉는 모연 옆에서 명주는 말리는 손을 뿌리치며 시진에게 달려 들었다.
-일어나십시오.
-일어나라구요.
-일어나라니까, 유시진!!!!
**
우르크의 밤은 더운 대신 멋지다. 눈 앞의 남자는 더 근사하고.
-전출이라니 어떻게 된 겁니까.
-벌써 소문 났습니까? 나도 두 시간 전에 알았는데?
-이유가 뭡니까. 사령관님 승인도 받았고 강선생 구출도 성공했는데 왜,
-승인은 중간에 합류한 알파팀 부팀장이 받았죠. 제가 아니라.
-.....
-각오보단 가볍습니다. 덕분에 목숨도 건졌고.
-.....
-제가 그리울 건 알겠는데, 그런 표정 짓지 마십시오. 안 어울립니다.
-...결정 된 겁니까.
-아직이지만 곧 되겠죠. 비서실장님이 제 덕분에 혈압 좀 오르셨다니까.
가라앉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발, 그리고 한 발 더. 그래도 대영은 도망가지 않는다. 언제나와 달리.
-오늘은 인심 좋네요.
-......
-좋은 김에 잠깐 사적인 대화 좀 합시다. 가급적 계급장 떼고.
-마지막 인사 같은 거면 하지 마십시오. 듣고 싶지 않습니다.
-나쁘지 않을 겁니다. 원하던 거니까. ...아니. 그 반댄가... 뭐 아무튼. 일단 윤중위랑 헤어지십시오. 되도록 빨리.
-중대장님이 상관 하실 문제가,
-계약연애. 참 어울리지도 않는 걸 하십니다.
-!!!
-그만해요. 나도 그만할 테니까.
-무슨... 뜻입니까.
-이제 안 쫓아 갈 테니까 그만 뛰라구요. 넘어져서 다치지 말고.
우뚝 굳은 얼굴로 작게 미소한다. 알고 있었다. 숨이 턱에 차도록 도망가는 서대영이 사실 도망가지도 못했다는 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절망했다는 거. 그 절망이 유시진이라는 것도.
-마침 타이밍이 좋아서는 아니에요. 명주 만난다고 할 때 말하려고 했는데 하루만 더, 한 번만 더 하다가 늦은 거지.
-......
-..난 서대영을 잡기 위해 군복을 벗을 순 없어요. 당신이 벗는 것도 원하지 않고. 대신 이대로도 괜찮다고, 괜찮을 수 있다고 설득하고 싶었죠. ...잘 안 됐지만. ...나 잘 안 지는데 서상사가 이겼네요.
-......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다시 만날 땐 전우만 하겠습니다. 그동안 서상사도 숨 고르며 천천히 와요. 오는 길에 다른 사랑도 하고. 이왕이면 술래잡기나 위장연애 필요 없는 장르로.
평범한 사람과 평범하게. 끝까지 한 마디도 하지 못 하는 이 남자가 외롭지 않게.
-잠깐이 너무 길었네요. 사적인 대화 끝. 이제 내려 갑시다. 김일병 밥 먹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아. 애들한텐 아직 비밀입니다? 최중사 그거 은근 하극상이에요.
-......
-...그럼 좀 이따 오십시오. 너무 늦으면 서상사 밥 책임 못 집니다.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씩 억지로. 뒤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아팠겠구나 절감하며. 그리고 문을 열기 직전.
-후회하실 겁니다.
묵직한 목소리가 등을 때린다.
-전 한 사람 인생을 이미 망쳐본 놈입니다. 아니. 더 될 겁니다. 이 손으로 죽게 한 사람이.
군대가 안식처라니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마십시오. 서상사 칼 맞습니다.
칼은 많이 맞아 봤습니다.
아. 캄캄한 데서.
쓰레기 같은 놈이 나라 지키고 사람 구하고 있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저는.
천천히 뒤돌아 선다. 손이 내밀어졌다.
-많은 걸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전우도, 명예도 버려야 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잡으면 안 놓습니다. 이 손으로 뻔뻔하게 매일 아침 군복 입고 있는 것처럼 한 번 잡으면 포기 안 할 겁니다 나는.
-......
-가려면 지금 가십시오. 마지막 기횝니다.
말과는 달리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쩜 후회는 본인이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돌아나가길 바라며. ...하지만.
상처가 많은 손이다. 후회하고 망설이는.
팔을 뻗었다.
**
-..어라? 그 손이.. 이 손이 아닌데...?
명주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제 손을 잡고 베시시 웃고 있는... 진짜 이 인간이!!
-뭘 잘했다고, 웃음이 나옵니까?!!
-아, 안 돼요, 윤중위님! 그렇게 흔들면!
-맘 같아선 응원하고 싶지만 비켜.
명주와 치훈을 밀쳐낸 모연이 퉁퉁 부은 눈으로 상태를 체크하곤 길게 한숨을 내쉰다.
-한동안 아프겠지만 죽지는 않겠어요.
-구해.. 쿨럭, 구해주신 김에.. 쟤한테도 좀 구해 주십시요. 방금 죽을 뻔.. 했지 말입니다.
-아군이라서요. 말 그만하세요. 심정지 왔던 사람이 수다스러우면 열 받아요.
-나랑.. 같이 실려온 남자는 어떻게 됐습 ...니까. 살았..습니까.
뒤돌아 눈물을 훔치며 핸드폰을 꺼내던 명주가 발끈 돌아선다.
-이 판국에 잘도 그런 소리합니다!
-전화해. 유대위님 혼내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못 움직이게 꽁꽁 묶어 놓으십시오. 다녀와서 하극상이 뭔지 제대로 보여 주겠습니다.
명주가 씩씩거리며 나가자마자 반쯤 일어난 시진에 모연이 도끼눈을 뜨며 다가선다.
-누우세요, 당장.
-..그 남자 살려..야 합니다. 지금,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방금 전에 대위님 죽을 뻔 했거든요? 지금도 멀쩡한 상탠 아니시구요?
-...부탁입니다. 알아봐 주십... 으..
말을 맺지 못하고 꼬꾸라지는 시진을 급히 부축하며 모연은 이를 물었다. 한 대 때리고 싶은 선배라는 명주의 말이 몹시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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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어떻게 왔어? 근무중 아니야?
-잠깐 들렸습니다.
-너도 참 큰일이다. 내가 이렇게 시시때때로 보고 싶어서 어떡해?
-선배 말고 딴 사람 보러 온 건데요.
크흠. 커피와 함께 민망함을 삼킨 모연이 옆으로 눈을 찢는다.
-그럼 그 사람이나 보러 가지 여긴 왜 있대.
-온 김에 보는 거죠.
-뭐? 온 김?
와그작 구겨지는 종이컵에 명주는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함께 한 시간은 혼자 좋아할 땐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알려줬다. 모연이 어떤 컵에 물을 마시는지, 라면을 먹고 자면 얼마나 얼굴이 붓는지, 개그프로에 깔깔거리며 웃을 땐 또 얼마나 예쁜지, 작은 악세사리만큼 순댓국을 좋아하고 청소는 대충하고 샤워할 땐 지나간 트로트를 흥얼거린다는 것까지. 그리고.
-이제 날 겸사겸사 하시겠다? 하! 잡은 고기다 이거지?
-고기라기엔 지나치게 예쁘죠.
-...어후야. 넌 그런 말을 뭐 이런 데서.
금세 기분이 풀려 어깨를 통 치는 모연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귀엽다는 것도.
-오늘도 늦습니까?
-아예 못 들어가. 너랑 논 거까지 몰려서 당분간은 병원에서 살아야 돼. 으이! 이사장. 내가 돈만 더 벌어봐라. 사표를 다시 확!
그래. 그 새끼.
호텔 얘기 알았을 때부터 넌 죽었어요 벼르고 벼르던 이사장 얘길 3박 4일 듣고 시진에게 자문을 구했었다. 암살과 폭탄 중 어느 게 더 고통스러운지 묻자 진지하게, 휴가 중엔 전화하지 말라고 하는, 암튼 도움이라곤 1도 안 되는 대답을 듣고 명주는 사실 며칠 전에 모연 몰래 병원을 찾았다. 이사장 뒤통수에 돌이라도 던질 작정이었다. 하늘도 찬성인지 처음엔 순조로웠다. 엘레베이터에 동승한 두 남자가 강선생, 응급실, 꽃다발 어쩌고 한 것이다. 너 잘 만났다 걸음을 뗀 명주는 하지만 돌은커녕 한 번 노려봐주지도 못하고 물러서야 했는데, 마침 엘레베이터에 탄 어떤 사람 때문이었다.
-...근데 진짜 나 보러 온 거 아니야?
명주는 대답 대신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끝을 살짝 잡는다. 눈을 맞추며 빙그레 웃는 강모연이, 역시 너무 좋았다.
-들어 가십시오. 이따 밤에 오겠습니다.
-피곤할 텐데 뭐하러.
-족발?
-꼭 와. 반드시. 되게 보고 싶을,
-강쌤! 응급!
구르듯 나온 치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모연은 명주의 손을 꾹 쥐었다 놓고 구급차 쪽으로 달려갔다. 진지하게 환자를 체크하는 모습이 언제 귀여웠냐는 듯 다시 의사다. 명주는 그 모습을 눈에 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악!!
열 걸음도 전에 모연의 비명이 등 뒤로 꽂인다. 명주는 날 듯이 뛰었다.
-왜 그래요 선배, 무스....
입을 막은 채 또 다른 구급차를 향해 있는 시선을 따라가다 명주도 숨을 멈춘다.
피투성이가 된, 시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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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ㅡㅡㅡ
차가운 기계음이 응급실을 덮는다.
눈물범벅으로 주저 앉는 모연 옆에서 명주는 말리는 손을 뿌리치며 시진에게 달려 들었다.
-일어나십시오.
-일어나라구요.
-일어나라니까, 유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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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크의 밤은 더운 대신 멋지다. 눈 앞의 남자는 더 근사하고.
-전출이라니 어떻게 된 겁니까.
-벌써 소문 났습니까? 나도 두 시간 전에 알았는데?
-이유가 뭡니까. 사령관님 승인도 받았고 강선생 구출도 성공했는데 왜,
-승인은 중간에 합류한 알파팀 부팀장이 받았죠. 제가 아니라.
-.....
-각오보단 가볍습니다. 덕분에 목숨도 건졌고.
-.....
-제가 그리울 건 알겠는데, 그런 표정 짓지 마십시오. 안 어울립니다.
-...결정 된 겁니까.
-아직이지만 곧 되겠죠. 비서실장님이 제 덕분에 혈압 좀 오르셨다니까.
가라앉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발, 그리고 한 발 더. 그래도 대영은 도망가지 않는다. 언제나와 달리.
-오늘은 인심 좋네요.
-......
-좋은 김에 잠깐 사적인 대화 좀 합시다. 가급적 계급장 떼고.
-마지막 인사 같은 거면 하지 마십시오. 듣고 싶지 않습니다.
-나쁘지 않을 겁니다. 원하던 거니까. ...아니. 그 반댄가... 뭐 아무튼. 일단 윤중위랑 헤어지십시오. 되도록 빨리.
-중대장님이 상관 하실 문제가,
-계약연애. 참 어울리지도 않는 걸 하십니다.
-!!!
-그만해요. 나도 그만할 테니까.
-무슨... 뜻입니까.
-이제 안 쫓아 갈 테니까 그만 뛰라구요. 넘어져서 다치지 말고.
우뚝 굳은 얼굴로 작게 미소한다. 알고 있었다. 숨이 턱에 차도록 도망가는 서대영이 사실 도망가지도 못했다는 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절망했다는 거. 그 절망이 유시진이라는 것도.
-마침 타이밍이 좋아서는 아니에요. 명주 만난다고 할 때 말하려고 했는데 하루만 더, 한 번만 더 하다가 늦은 거지.
-......
-..난 서대영을 잡기 위해 군복을 벗을 순 없어요. 당신이 벗는 것도 원하지 않고. 대신 이대로도 괜찮다고, 괜찮을 수 있다고 설득하고 싶었죠. ...잘 안 됐지만. ...나 잘 안 지는데 서상사가 이겼네요.
-......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다시 만날 땐 전우만 하겠습니다. 그동안 서상사도 숨 고르며 천천히 와요. 오는 길에 다른 사랑도 하고. 이왕이면 술래잡기나 위장연애 필요 없는 장르로.
평범한 사람과 평범하게. 끝까지 한 마디도 하지 못 하는 이 남자가 외롭지 않게.
-잠깐이 너무 길었네요. 사적인 대화 끝. 이제 내려 갑시다. 김일병 밥 먹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아. 애들한텐 아직 비밀입니다? 최중사 그거 은근 하극상이에요.
-......
-...그럼 좀 이따 오십시오. 너무 늦으면 서상사 밥 책임 못 집니다.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씩 억지로. 뒤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아팠겠구나 절감하며. 그리고 문을 열기 직전.
-후회하실 겁니다.
묵직한 목소리가 등을 때린다.
-전 한 사람 인생을 이미 망쳐본 놈입니다. 아니. 더 될 겁니다. 이 손으로 죽게 한 사람이.
군대가 안식처라니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마십시오. 서상사 칼 맞습니다.
칼은 많이 맞아 봤습니다.
아. 캄캄한 데서.
쓰레기 같은 놈이 나라 지키고 사람 구하고 있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저는.
천천히 뒤돌아 선다. 손이 내밀어졌다.
-많은 걸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전우도, 명예도 버려야 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잡으면 안 놓습니다. 이 손으로 뻔뻔하게 매일 아침 군복 입고 있는 것처럼 한 번 잡으면 포기 안 할 겁니다 나는.
-......
-가려면 지금 가십시오. 마지막 기횝니다.
말과는 달리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쩜 후회는 본인이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돌아나가길 바라며. ...하지만.
상처가 많은 손이다. 후회하고 망설이는.
팔을 뻗었다.
**
-..어라? 그 손이.. 이 손이 아닌데...?
명주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제 손을 잡고 베시시 웃고 있는... 진짜 이 인간이!!
-뭘 잘했다고, 웃음이 나옵니까?!!
-아, 안 돼요, 윤중위님! 그렇게 흔들면!
-맘 같아선 응원하고 싶지만 비켜.
명주와 치훈을 밀쳐낸 모연이 퉁퉁 부은 눈으로 상태를 체크하곤 길게 한숨을 내쉰다.
-한동안 아프겠지만 죽지는 않겠어요.
-구해.. 쿨럭, 구해주신 김에.. 쟤한테도 좀 구해 주십시요. 방금 죽을 뻔.. 했지 말입니다.
-아군이라서요. 말 그만하세요. 심정지 왔던 사람이 수다스러우면 열 받아요.
-나랑.. 같이 실려온 남자는 어떻게 됐습 ...니까. 살았..습니까.
뒤돌아 눈물을 훔치며 핸드폰을 꺼내던 명주가 발끈 돌아선다.
-이 판국에 잘도 그런 소리합니다!
-전화해. 유대위님 혼내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못 움직이게 꽁꽁 묶어 놓으십시오. 다녀와서 하극상이 뭔지 제대로 보여 주겠습니다.
명주가 씩씩거리며 나가자마자 반쯤 일어난 시진에 모연이 도끼눈을 뜨며 다가선다.
-누우세요, 당장.
-..그 남자 살려..야 합니다. 지금,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방금 전에 대위님 죽을 뻔 했거든요? 지금도 멀쩡한 상탠 아니시구요?
-...부탁입니다. 알아봐 주십... 으..
말을 맺지 못하고 꼬꾸라지는 시진을 급히 부축하며 모연은 이를 물었다. 한 대 때리고 싶은 선배라는 명주의 말이 몹시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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