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 처소


탁, 탁. 일정하게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만 무심히 울린다. 김내관은 무표정한 원을 힐끔이며 숨을 죽였다. 언제고 알기 쉬운 분은 아니셨으나 요즘처럼 헤아리기 힘든 적도 처음이다. 아침 나절만 해도 린이 풀려난 건 다 내 덕이다 환하시더니.. 혹 공자와 무슨 일이 있으셨나. 아님 왕비마마께 발목이 잡혀 심기가 상하셨나. 골똘해보지만 어느 쪽도 시원찮은 이유다. 왕비마마의 과보호야 예삿일이고 린 공자는 더더군다나. 누군가의 마음을, 그것도 저하의 마음을 불편케 할 분이 아니다. 그 긴 세월 친동기도 그리 지극정성이진 못할 것이니... 그럼 대체 무슨 연유란 말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걱정에 김내관이 지그시 한숨을 물 때였다.

-세자저하. 왕린공자 들었사옵니다.

반색하는 김내관 옆에서 검은 눈동자가 소리없이 가라앉았다.

**

-하실 말씀 있으신 거 아닙니까.

새 옷이 불편하다는 둥 채련회까지 꼼짝없이 잡혀있게 됐다는 둥 한참 너스레를 떨던 원이 피식 웃는다.

-그래 보여?
-김내관을 물리셨습니다.
-귀신이 따로 없다.

장난스런 투에 마주 웃으면서도 린은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진다.

-무슨 일이신데요.
-그 단검 좋아보이더라?

낮에 소화가 준 검.. 역시 마뜩지않으셨구나. 린은 허탈한 속내를 감추며 미소를 꾸민다.

-탐내셔도 안 됩니다.
-내 소현검하고 바꾸재도?
-그 있지도 않은 소현검이요.
-있다니까.
-저하께서 더 좋은 걸 받으셨습니다.
-좋아봤자 벼루가 벼루지.

뚱한 척 입을 내미는 얼굴이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르겠다. ..아니. 모르는 척 하고 싶은 게지. 산으로 돌아간다는 그 아이를 붙드는 목소리나 그 아이를 향한 밝은 웃음이나.. 각오를 한다고 했는데 참 쉽지가 않다. 이제 시작일 것인데..

-뭘 그리 굳어. 내가 진짜 뺏기라도 할까 봐.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긴. 어지간히 맘에 들었나 보다?
-진짜 원하십니까.
-됐고. 자.

불쑥 내민 채련회 비표에 불편함이 스멀스멀 자리를 넓힌다. 린은 말없이 원을 바라봤다.

-하나는 니 거. 니 건 니 형이 벌써 채갔을 거잖아.
-...다른 하난 그 아이 겁니까.
-니 그 좋은 검 답례다.
-제가 받은 걸 왜 저하께서 갚으십니까.
-갖다줘. 잘 데려오고.
-..떠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더 가야지. 산에 가면 이런 구경 또 언제 해.
-....그럼 직접
-채련회까지 갇혔다니까, 난.
-......
-데려와라. 니가.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에 원의 입매가 스치듯 굳는다. 의심이란 놈이 이렇다. 실체없이 파고들어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아비가 자식을 버리게 하고 부인이 지아비를 경계케 하고 하나뿐인 사람에게 이런 한심한 짓거리나 하게 하고..
소화 옆에 선 린은 허공을 향해 있었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리 연약하고 공허한 눈빛을 원은 본 적이 없었다. 내겐 보이지 않은 것. 오후의 햇살 아래 손끝이 차가워졌다. 그러고 보니 추국장에서 내 여인이라 했지. 그러고 보니 몸종인 소화에게 말을 놓지 않았지. 그러고 보니 단 한 번도 소화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지. 그러고 보니 그 단검을 한 번 사양치도 않았지. 그러고 보니, 그러고 보니... 이상하지 않은 것들이 순식간에 이상해졌다. 온종일 얼토당토않은 것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생명력이 넘쳐 옆에 있는 사람까지 신명나게 만드는 그 아이가 여인의 눈으로 린을 담았다. 린은 그 아이를 봄날 햇살처럼 바라보며 세상 없을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고 따뜻한 길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원을 혼자 버려둔 채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았다...
...안다. 없던 일이며 없을 일이다. 허나 만에 하나. 만에 하나 말이다. 원과 고려 사이 원치도 않은 세자로 태어나 숨쉬는 것마저 죄인 자에게 더한 불운이 없을 것은 또 무언가.
린이 연정을 품었다면. 지저귀는 새처럼 자유로운 그 아이를 따라 날아가길 원한다면. 의심만치 힘센 것이 그 연정이다. 눈과 귀를 막기는 매한가지. 내가 아닌 나로, 그가 원하는 나로 나를 꾸미며 다른 한 편, 그래도 나인 나를 알아주길 바라고 좁쌀만한 의심으로 나조차 믿지 못할 내가 되고.. ..이 꼴이 되고 보니 아바마마를 원망할 것도, 어마마마를 이해 못 할 것도 없구나. 곧고 선한 벗을 시험하는 못난 꼴이 꼭 그분들이야.
...하여 나는 린아.

-..명이십니까.
-명해야 따를 거니.

네가 그리 망설이고 주저하는 이유가 내 망상과 같다면. 너 외에 처음 벗삼은 그 아이가, 밝고 신기한 그 어여쁜 아이가 너를 내게서 앗아간다면.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탁자 밑으로 옷자락을 쥐며 원은 진심으로 바랐다. 이 촌극이 그저 촌극으로 끝나기를. 확인하려는 것이 존재조차 않기를. 두 벗에게 미안하고 쑥스러워지기를.
어지러이 갈라진 두 개의 시선 아래 금색 비표가 차가운 빛을 발했다.

**

색색의 비단만치 고운 선남선녀들이 밝은 달 아래 모여든다. 사실 가리개나 가면이 집안을 상징하는 바. 가려봤자 눈 가리고 아웅인 꼴이나 청춘들은 그조차 설레는 모양이다. 도처에 넘실대는 들뜬 공기 속에서 산은 홀로 한숨을 삼켰다.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두타산에서 내려온 이후 되는 일이 없었다. 인두로 지져질 뻔하질 않나, 별안간 누군가의 여인이 되질 않나, 일이 수습되고 마음 좀 놓나 했더니 어머니 죽인 원수는 눈앞에서 놓치고, 7년간 숨겨왔던 비밀이 까발려지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 곧 누군가의 부인으로 고상하게 수나 놓으며 사는 신세가.. ..그래. 지난 칠 년. 공녀 신세 면하고 산과 들로 뛰다니며 성미대로 살았으니 아버지 위해 혼인쯤 가볍다 치자.
헌데 그 남편 되실 자. 수사공의 차남 왕전이라는 놈. 그놈의 인품이 낯짝의 백분지 일만 되어도 이리 신세한탄은 안 나겠다. 밤에는 가리개 벗을 테니 상관없지 않냐는데 진짜 척추를 반으로 접어버릴 뻔. 아비의 목숨만 아니면 당장 그리하고도 남았을 거다.
..허나 하나뿐인 아비의 목숨이다. 아니. 어디 아버지 뿐이랴. 자신 때문에 흉터를 입고 규방에 묶인 비연이. 한결같이 곁을 지켜준 구형 아저씨. 스승님과 형님들. 또. 몸종을 벗처럼 대해 준 한천과 왕전 앞에서 자신을 자기 여인이라 부른 이 자까지. 진짜 저하의 호위무사래도 무사치 못할 것이다. 세자저하조차 어쩌지 못할 일이니. 
산은 앞서 걷는 등을 새삼 쳐다본다. 비표를 건네 받은 밤에는 정말이지 다 들킨 줄 알았는데. 몰라 다행이다. 알면 추국장에 뛰어왔던 그날처럼 멍청한 짓거릴 했겠지. 어디 이자 뿐이랴. 한천은, 그 바보놈은 아마 더 골치가 아플 것이다.
...좋은 자들이다. 자신의 탓도 아닌 7년 전 일로 몸종아이를 기억하고 벗삼을 만큼. 그러니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 사실 참 즐거웠다고, 너무나도 즐거워 내 처지를 잠시 잊었었다고, 그럴 수만 있다면 좀 더 오래, 하루라도 더 그대들의 벗이고 싶었다고. 고맙고 미안하다고...
목까지 차오른 말을 억지로 삼키던 산이 별안간 잡아 끄는 힘에 휘청이며 구석으로 옮겨진다. 손목을 털어내고 보니 역시. 가면 사이로도 장난스런 미소가 딱 한천이었다.

-뭐야, 보자마자.
-무서운 사람이 있어서.

왕전인가 싶어 황급히 고개를 돌리려는데 기다란 손가락이 가리개를 풀어낸다.

-이런 거 하면 들킨다고 수인이가 말 안해주디.

산은 멀찌감치 몸을 외로 틀고 있는 수인을 돌아본다. 그러고 보니 왕전에게서 저를 빼갈 때 말고는 내내 조용했다. 원래 말많은 자는 아니었으나.. 아. 혹시 그거 때문인가. 심란함을 들키지 않으려 한 마디 농했던 거.

-다퉜어?
-..그대 친구 충성심이 남다르긴 하네.
-왜. 저하 욕이라도 했나?
-옥사에서 구해주신 분이다. 내 그리 염치가 없을까. ...그냥. 미천한 몸종을 옥에서 빼내주시고 채련회까지 불러주시고, 요새 되게 심심하신가 보다 했더니..

저하께서 그대를 위해 하신 일. 쉬이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벼이 하신 일이 아닙니다.
 
-미안하다고 하고 넘어갔는데 나 혼자 넘어갔나 봐. 어쩌지. 다시 사과하면 기분 풀릴까.

한천, 원은 시무룩한 산을 비껴 수인, 린을 바라본다. 저리 혼자 있는 모습을 원한 것인데 가슴 한 켠이 묵직해진다. ..참으로 즐겁지 않은 채련회다.

-근데. 너도 무슨 일 있는 거냐?

답지 않게 날카로운 물음이다. 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내가 왜?
-그래 보여서.
-가면 쓰고 있는데 보이긴 뭐가 보여.
-보이는데. 여기.

눈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쓴웃음이 난다. 앞에 있는 자가 어떤 속셈으로 저를 불렀는지도 모르고 걱정이나 하고 있으니.. 이런 아이에게 무슨 짓인가, 정말.

-혹 둘이 다퉜나?
-그래봤음 좋겠다, 좀.

어쩐지 맥이 풀려 부지불식 새어나온 한 마디에 분칠을 하여 더욱 고와진 얼굴로 놀람이 묻어나온다.

-이제껏 한 번도 안 싸웠다고?
-..그럴 놈이 아니라.
-어떤 놈인데.
-착해 빠진 놈. ...다 저처럼 착한 구석이 있는 줄 알아. 이유없이 성을 내도 이유가 있을 거다 멋대로 이해해버리고. ..아주 답답한 놈이야, 저거.

산은 잠시 입을 다문다. 몇 번 놀렸을 때도 사실 이런 느낌이었다. 친구라기에는 너무 깊고 단단한 느낌. 사내끼리 정을 통하는 자들도 정말 있다고 한다.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산은 그리 생각했었다. 뭐 어때. 얼굴도 모르고 부부의 연을 맺거나 먼나라 공녀로 팔려가 낯선 사내 품에 안기는 것보다야 사내든 여인이든 진정 통하는 자와 마음을 나누는 것이 이치에 맞다.. ..허나 막상 산도 고개부터 젓게 되는 일이긴 하다. 내 머릿속이 터진 만두라고 별 생각을 다 하는구나 하며. 산은 얼른 말을 돌렸다.

-니가 너무 덜 착한 건 아니구.
-내가 착한 건 아나보다? '덜'착하다는 거 보니?
-그 뻔뻔함은 가면으로 안 가려지나?
-그냥 인정해. 그래도 돼.
-...뭐. 나쁜놈은 아니지. 그놈에 비하면 부처님이고.
-누구. 저하?
-넌 호위란 놈이.
-그럼 뭐. 누군데.
-있다. 겉가죽만 멀쩡한 놈.
-아. 수사공네 둘째.

산의 눈이 동그래진다.

-...니가 그걸 어찌 알아?
-니가 니 입으로 말했거든? 원한이 뼈에 사무친다고 펄펄 뛰면서.

산이 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는 새 원은 가면을 벗고 뒤를 확인한다. 린은 더 멀리 걸어가고 있다. 어떤 얼굴일까. 혹 그때처럼 허한 눈일까.

-...닳겠다.

원은 핏 웃다가 산을 마주 본다.

-왜. 아깝냐, 너도.

분명 웃고 있는데 다른 눈이다. 좀 전의 느낌이 다시, 이번에는 더 선명해진다. 산은 조심히 입을 떼었다.

-저 이가 아까우냐.
-아깝지. 내 벗이기엔.
-안 어울리게 무슨 겸양이야.
-말했잖아. 착한 놈이라고. 니 말대로 난 덜 착한 놈이고.
-그냥 뻔뻔한 게 낫겠
-해서 넌. 수인이 저 놈 아까워졌어?

긴 침묵이 흐르고. 이번엔 산이 바람빠진 웃음을 짓는다.

-난 사내나 연정이나 그런 거하곤 거리가 먼 사람이다. 뛰다니고 술 마시고 배불리 먹고 그런 것만 중한 놈이야. 그러니 눈에 힘 좀 풀어라. 눈알 빠지겠다.
-......
-...그리고 너야말로 사람 너무 믿는데, 딴 사람 앞에선 이러지 마. 소문보다 무섭고 빠른 것도 없다.
-......
-말 많이 했더니 배고프네. 여기 뭐 먹을 거
-넌.

고개 숙인 원의 목소리가 낮게 흔들린다.

-...넌 정말 이상한 아이다.

산은 원을 물끄러미 보다 돌계단에 앉는다.

-그런가. 하긴. 어렸을 때부터 그러긴 했어. 입고 꾸미고 영 관심 없었거든. 자수나 요리는 질색을 했고. 칼이나 공 같은 걸 좋아했지. 어디든 이렇게 철푸덕 앉기도 잘했고. 계집이 흉하다 손가락질 하는 이도 없어서 이상한 줄도 모르고 컸는데 크고 나니 가끔 있더라. 사내로 나야할 것이 계집으로 났다며 혀를 차는 것들이. 그 말 듣고 내가 사흘밤을 울었다. 너무 슬프더라고. 나는 살고 싶은 대로 살면 안 되는구나. 여인이란 그런 존재구나.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 누군가에겐 이상할 수도 있지만 이상한 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잘못되지 않았다고. 그러니 너로 살아도 된다고.

산은 빙긋이 웃으며 원을 올려다본다.

-안 놀랐다면 거짓인데... 뭐 어때. 잘못 아닌데.

한참을 말없이 서 있던 원이 산의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얼굴이 묘하게 편해 보였다.

-..정말 헛짓거릴 했네.
-아. 나 떠 본 거? 쯧쯧. 그래. 쪽팔리긴 하겠다.
-..일 절만 하지?
-근데 나만 확인하면 될 인인가? 그자가 나한테 반했으면 어쩌누?
-그만 안 하면 내가 반한다.

흠칫 입 막는 척을 하는 산에 원도 작게 웃고 만다. 어색하지 않게 부러 과장함을 어찌 모를까. 린이 아니었음 정말 반하고도 남을 아이다.

-수인이 네게 연정을 품거든 뻥 차줘. 다신 그런 맘 갖지 못하게 매몰차게.
-이거 진짜 무서운 놈일세. 그자도 아나? 친구가 이런 놈인 거?
-모르지. 이런 놈인 것도, 이런 맘인 것도.

능글맞은 얼굴이 쓸쓸하게 비친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아주었으면 하루라도 더 들어주었을 것을. ...너도 나도 사는 게 참. 산은 하늘로 고개를 든다.

-말은 안 해봤고.
-안 해봤지.
-할 생각도 없고.
-없고.
-....같을 수도 있잖아. 그자, 유달리 널 아끼던데.
-......
-두려우냐. 거절당할까 봐.
-그 반대. 싫어도 싫다고 안 하는 놈이라.
-이번엔 말하라 하면 되지.
-그건 내가 싫어서.
-...답이 없네.
-..그러게.
-..어찌 견디려고.
-지금까지처럼 잘. 내가 또 인내심이 발군이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정말 그리 될 지도 모르잖아.

무표정한 얼굴이 길게 가라앉다 피식 웃는다.

-그럼 또 채련회에 부를까. 또 모르잖아. 그 누군가도 너처럼 이상해 줄 지.
-그러다 큰일난다.
-아님 이렇게 뇌물을 건네거나.

한눈에도 귀한 비단에 작고 푸른 새가 수놓아진 가리개. 평생 필요해진 것은 또 어찌 알고. 이걸로 얼굴을 가리면 니놈 생각이 나서 한 번은 웃겠네. 산은 어쩐지 목이 메어 와 부러 퉁명히 가리개를 채갔다.

-이게 무슨 뇌물이냐? 먹지도 못하는 거.
-넌 어째 죄다 먹는 걸로 통하냐.
-먹는 게 남는 거다, 우리 스승님께서 그러셨거든?
-청출어람이다, 그래.

사이좋은 남매처럼 투닥거리는 두 사람 사이로 솟대춤의 가락이 드리워진 그 시각, 궁의 깊은 곳에 선 린은 새하얗게 주먹을 말아쥐었다.

-어찌 하겠니.

왕비의 음성이 찌르는 칼 같다. 린은 혼절한 단을 품에 안으며 입술을 물었다. 가녀린 누이의 어깨로 잠시 원의 얼굴이 스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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