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1부자들.

 

 

 

 

-니 은제까지 그럴 긴데.

-와~ 저 노을 한 번 멋나게 져버리는구먼.

 

이강희가 안상구에게 한 말 중, 그 말만은 동의한다.

이런 여우 같은 곰을 봤나.

세상 미련한 짓은 저 혼자 다 하고 다니는 빙다리 핫바지 곰새끼가, 무슨 말하는지 빤하면 모른 척 하는 건 또 딱 여우다. 내가 대체 전생에 무슨 악업을 쌓았길래 이런 새끼한테 코가 꿰어서는. 장훈은 삼백이십 번째 후회를 곱씹으며 담배를 물었다.

경대 출신 아니면 거지 취급 당하는 신세가 좆같아서 피똥 싸게 공부해 검사됐더니, 족보 없는 상것이라고 나가 뒤지라길래 씨발 내가 족보만 없지 가오는 있다! 악으로 깡으로 팔자에 없는 누드쇼까지 벌여가며 천하의 이강희, 장필우, 게다가 한국의 숨은 대통령이라는 오회장까지 잡아 처넣었는데, 인생 참. 뿌듯함은 순간이고 은행 이자는 영원하고 안상구는 좆같더란 말이다. 

출소한 안상구가 변호사 사무실에 엉덩이를 들이민 지 5개월이 넘어가던 어느 날. 조국 일보 1면에 이강희가 떴다. 항소 없이 형을 받아들여 수감됐다는 기사였다. 아득바득 항소해서 한국어로 먹을 수 있는 욕은 다 먹고 있는 장필우나 아들한테 팽 당해서 종이호랑이 신세로 오늘 내일 하고 있는 오회장보다는 깔끔한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그 깔끔한 마지막을 기점으로 안상구 이 또라이 새끼가 이강희가 수감된 감옥에 들락거리기 시작한 거다. 처음에는 그래, 그 오랜 세월 형 동생 하다 뒤통수 맞고 때리고, 한 번쯤은 갈 수도 있지 했다. 한. 번. 쯤.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고 그냥 한. 번!! 장훈은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안상구를 노려본다.

 

-은제까지 병신짓 할 끼냐고.

-우변 사무실 옥상이 경치 하난 끝내준다니께.

-....안상구. 

-아따, 배 고프네. 으디 가서 라면에 소주나 한 잔 허자고.

-야!!     

-으메, 깜짝이여.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여.

 

상구는 놀란 척 가슴을 쓸어내리던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만다. 눈앞의 우장훈이 눈에서 아주 레이저가 나올 기세라. 그려. 이 정도면 저 싸가지에 많이 참었지. 상구는 새 담배를 물며 한숨을 삼킨다. 

장훈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대충 짐작은 간다. 그것도 형이라고 남은 정을 못 떨쳐내는 빙신새끼. 다리 사이 달린 거 확 떼버려라 쪼다야, 겠지. 그러니까 장훈은 모르는 것이다. 이강희를 찾아가는 안상구의 진짜 속내를.

 

-깡패. 니 이럴 거면 오지 마. 내가 니 이 꼬라지 볼라꼬 개지랄 떤 줄 아나.

-..정의를 지키겄다면서.

-이기 확! 장난까,

-나도 그럴 려고 이러는 거여.

-...와. 돌아뿐다. 이 완전 빙신새끼 아이가. 야. 이 빙시나. 이강희가 항소 안 하고 거 처 박히니까 뭐, 막 정의로워 보이고 그래? 야. 야, 안상구 이 똘빡시키야. 차라리 모히또 가가 몰디브나 한 잔 하세요. 그게 니 이짓거리보다 훨씬 정의로운 기야. 알어.

 

그놈의 모히또 몰디브는 니미 울궈먹는고마. 삿대질과 쌍욕과 흥분하면 튀어나오는 네이티브 사투리의 쓰리콤보를 멀뚱히 보는 척하며, 상구는 쓴웃음을 삼킨다.

그러니까 우장훈, 한때 경찰이었고 또 한때 검사였고 지금은 변호사인 이 잘난 양반께서는 알고 보면 진짜 순진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안상구가 이강희와의 정 때문에 감옥 문턱을 들락날락 거린다? 손목이 잘리고 뒤통수를 처맞고 몇 안 되는 소중한 이를 잃고도? 그렇게까지 병신 새끼일 수 있다고, 이 안상구가. 그렇다면 먹이사슬의 정점에 서 봤던 눈치 빠른 이강희는 진작에 안상구를 만났을 테다. 하지만 이강희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안상구의 면회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 양심이 갑자기 막 솟구쳐서? 감옥에 들어 앉으니 참회가 강물처럼 흘러넘쳐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서? ...절대. 이강희 그 씹새끼는 열 두 번을 고쳐 죽어도 변하지 않을 인간이다.

상구는 펄펄 뛰고 있는 장훈을 건너보며 마지막, 이강희가 남긴 전언을 떠올렸다.

 

'상구야. 내가 아쉬운 게 뭔 줄 아니. 우장훈. 우장훈이야, 상구야.'

 

이강희의 그 표정. 우장훈의 이름을 들먹일 때의 그 입술.

현명한 이강희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항소를 포기한 것. 안상구의 면회를 거부하는 것.

 

...나가 그 씹새끼 멱을 따버릴 것인께.

담배를 짓씹으며, 상구의 눈이 장훈이 알아채지 못할 찰나 검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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